성내천에서 눈이 많이 오던 날...

쇠돌이 2008. 12. 23. 18:40

2008년 12월 22일 

집에 들어가는 길에 눈이 많이 왔다. 

수서역에서 작은 길냥이가 어미를 잃어버린듯 지나가는 사람을 피해 구석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 

그러다가 어떤 학생의 발밑에 가서 앉아달라고 보챈다. 

그 학생은 무관심하게 쳐다보다가 자기가 탈 버스가 오니 잽싸게 올라탄다. 

다시 혼자가 된 길냥이 새끼는 구석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 

나도 기다리던 버스가 와서 버스를 올라탔지만 , 그 길냥이 새끼는 어제 밤을 무사히 넘길수 있었을까.

하필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추운날, 혼자가 되었을까.



쇠돌이와 함께 걷던 성내천 길에 눈이 많이 왔다. 

개가 눈오는날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쇠돌이는 눈오는것을 끔찍하게도 싫어했다.

나가는 것 자체를 싫어했는데 발까지 차거우니 더 싫어했던것 같다. 

너와 함께 걸었던 이 성내천 길을 이젠 언니와 형만 걷는다. 

형보다 한발 앞서 걸으면서 형이 잘 오고 있난 자꾸 뒤를 돌아보던 쇠돌이의 하얀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나는 밤이다. 



2008년 어느 겨울 눈이 많이 오던 성내천에서...

쇠돌이와 이별한지 한달...

쇠돌이 2008. 10. 8. 01:03
시간이 참 빠르게도 흘러갑니다.

쇠돌이와 이별한지 한달이 지났네요.

아직도 내 발밑에 쇠돌이가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이 믿어지지는 않습니다만, 시간은 흘러가고 산 사람은 살아가게 마련인가 봅니다.

모처럼 쇠돌이와 오랜 시간을 보낼수 있는 시간이 시작된지 이틀만에 하늘나라로 가버린 쇠돌이가 야속하기도 하지만,  이미 하늘나라에 잘 도착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아봅니다.

이렇게 한달, 두달, 그리고 일년이 지나가겠죠...

쇠돌이는 이젠 나의 마음속에 고이 묻어둬야 할 것 같습니다.


작년봄에 집앞 성내천에서 찍은 쇠돌이 사진...

쇠돌아. 지금보니 이때만 해도 참 싱그럽고 젊어보인다.



나가는 것은 싫어했지만 그래도 형아랑 누나랑 같이 나가는 산책이 싫지만은 않았을꺼라고 생각해.

주변에 다른 개들이 무서워서 그랬겠지?




가끔식 이렇게 그윽하게 바람냄새를 맡던 너의 실룩 거리는 코가 보고 싶네.

너랑 같이 야외에서 찍은 사진이 별로 없는게 참 후회가 된다. 시간날때마다 카메라 들고 같이 많이 다닐걸 그랬어.


형아 누나에게 넌 최고의 친구이자, 동생이자, 아기같은 존재였어.

내가 살아가면서 나의 아기를 낳아서 기르고 , 다른 강아지를 또 키우고 많은 다른 생명들과 만나겠지만, 넌 아마도 정말 유니크한 영혼으로 기억될꺼야.

그렇게 쇠돌이는 형과 누나, 그리고 우리 가족들 곁에서 늘 행복을 주는 녀석이었다고 모두들 기억할꺼야.

어느세상에 있더라도 건강하려므나... 아프지말고, 늘 사랑받고, 행복하게 살아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