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하루 (My dear enemy 2008) - 현대인의 고독에 대한 메시지

영화보자! 2009. 1. 17. 01:28

"스포일러가 다수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멋진 하루" 를 봤습니다. 

사실 제목은 좀 반어적입니다. 

객관적으로 희수(전도연)에게는 절대로 멋지지 않은 악몽같은 하루 였으니까요. ^^


영화의 시작은 희수(전도연)라는 여자가 1년정도전에 헤어진 남자친구 병운(하정우)을 찾아가서 빌려간 돈 350만원을 갚으라는 데서 시작을 합니다. 

직장도 없고 , 거처도 없는 병운은 경마장을 전전하며 보내고 있는데 돈이 있을 턱이 없죠. 

두 사람은 같이 다니면서 여기저기 알던 사람들(주로 여자들)에게 돈을 빌려서 갚아 나갑니다. 

돈을 빌리러 다니는 병운은 넉살좋게 아쉬운 소리를 하면서 자존심 따위는 없는 사람처럼 행동을 합니다. 

그 옆에서 희수는 덩달아서 자존심을 구기게 됩니다. 심지어 병운이 알던 술집 여자에게까지 말이죠. 

그 하루동안의 악몽같은 일에 대한 영화입니다. 

결국 하루동안의 여행은 두 사람이 잊었던 예전이 애틋함을 되살리게 되고 결국 혼자서 웃음짓는 희수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헤어진 두 연인의 재회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이지만, 이 영화속에서 전 현대의 고독과 단절이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약삭빠른 현대인의 고독을 대표하는 캐릭터 희수


희수라는 여자는 자존심 세고, 이해타산에 밝은 현대인의 모습을 대표하는 캐릭터입니다. 

과거 병운을 버리고 능력이 좋은 펀드 매니저와 결혼을 하려고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직장을 잃고 어렵게 된 펀드 매니저와 헤어지고 결국 아직까지 결혼을 못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도 처음에는 병운에게 말을 하지 않다가 영화 후반부에 가서야 병운에게 고백을 합니다. 

현대인들이 사람을 만날때 우선적으로 따지는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 이것입니다. 어렵게 살거나 해서 조금 이라도 손해를 줄 것 같은 사람하고는 거리를 두게 됩니다. 
오랜만에 연락이 없던 동창에게 전화가 오면 겁부터 나는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대부분 보험 설계사가 되었거나, 돈을 빌려 달라거나, 다단계에 가입을 하라는 내용이 대부분인것이 현실이긴 합니다. 
결혼을 할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의 집안이 어떠한가. 집안에 돈은 많은가. 차는 무엇인가.  집은 있는가. 월급은 많이 받나. 얼마나 키가 크고 얼굴이 이쁘고 잘생겼나. 이런 조건들을 맞춰서 심지어 결혼정보 회사에서는 등급을 매기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이해타산만 따지는 관계속에서 현대인들은 고독합니다.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일수가 없어서 누구에게도 쉽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합니다. 

좀 더 두꺼운 화장과 웃음으로 자신의 어둠을 감춰야 하는 현대인들. 

진정한 친구가 한명도 없는 그들은 매우 고독합니다. 

희수 또한 매우 고독합니다만, 병운을 만나면서 부터 조금씩 이러한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에 대하여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착해서 손해보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캐릭터 병운

병운 이라는 남자는 이 사회에서 따듯함을 간직하고 있지만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캐릭터입니다. 

항상 꿈을 가지고 살지만, 그 꿈은 별로 현실적이지 못해서 주위 사람에게 비웃음을 사게 마련이고, 약삭빠르지가 못해서 항상 손해만 보고, 어렵게 살아가는...  자신이 어렵지만 주위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따듯한 사람입니다. 
가진것이 없기 때문에 늘 아쉬운 소리를 달고 살고 자존심을 내세울수도 없는... 


두 사람의 만남과 대비

희수는 네비게이션까지 달린 새로 뽑은 차에 세련된 헤어 스타일을 하고 별로 돈이 당장 급하게 필요할것 같지 않지만 돈 350만원을 오늘 당장 내놓으라고 1년만에 옛날 남자친구를 찾아갑니다. 
희수 보다 더 급하게 돈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은 병운이지만, 기꺼이 돈을 빌려서 갚으로 하루간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이 대비를 통하여 두 사람의 캐릭터를 극명하게 대조하여 보여줍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

1.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차를 견인당해서 같이 차를 찾으러 가기 위하여 지하철을 탄 장면입니다. 

병운은 아무렇지도 않게 과거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 너무나 괴로웠지만 자신이 영웅처럼 생각하고 있던 이종격투기 파이터 "효도르"가 꿈에 나와서 "앞으로 다 잘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해서 위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희수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왜 우는지 영화는 설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아마도 "효도르"에게서 위안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 현대인들의 끔찍한 고독을 자신 또한 느끼고 있는데서 오는 동질감, 그리고 이 철없이 착하기만 한, 한때 사랑하기까지 했던 남자에 대한 연민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2. 병운에게 도움을 받았던 여자 동창이 돈을 마련해서 희수와 다시 만나는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동창은 이혼을 해서 여자 혼자 어렵게 딸 하나를 키우고 있는 사람입니다. 

희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지만 병운의 부탁으로 돈을 마련해서 희수에게 주려고 합니다. 

이미 병운의 따듯함과 인간미에 동화된 희수는 이 돈을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하루간의 여행을 통하여 희수도 약간이나마 따듯한 사람이 된것이죠.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 "My dear enemy" 입니다.

현실적으로는 돈을 꿔간 웬수지만 따듯함을 일러주는 존경할만한(Dear) 웬수인것이죠. ^^



희수가 하루간의 여행을 통하여 얻게 된것은 350만원의 돈이 아니라 인간냄새나는 마음속 한구석 따듯함을 간직할 수 있는 여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영화 보는 내내 즐거웠던 이유는 시나리오가 너무나 리얼하고, 두 배우의 연기는 오버스럽지 않고 안정되어 있었고, 연출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도연이 저렇게 이뻤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우 전도연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수 있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