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쿠로 (さよなら、クロ Farewell, Kuro, 2003)

영화보자! 2008. 12. 7. 00:48
개 한마리가 무슨일을 할 수 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영화를 봐야 한다.

아마도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개를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아주 연약하고 힘없는 작은 개한마리이지만, 그 생명이 주는 위안과 따스함은 참 여러가지로 인간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

이 영화속의 검둥 강아지 '쿠로'도 주인에게 버려져서 어느 고등학교에서 노숙을 하게 되면서, 학생들에게 , 또 선생님들에게 따스함을 주고 결국 나이를 먹어서 떠나가게 된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안녕,쿠로>는 1961년 나가노현에 실존했었던 강아지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밤에는 학교 수위와 순찰을 돌고, 때로는 학교 직원회의에까지 참석하는 등 당시 쿠로는 학생들의 다정한 친구이자 교사들의 믿음직한 동료였으며 마을 사람들의 살가운 이웃 같은 존재였다. 훗날 쿠로의 죽음이 전해지자 수천명의 사람들이 모여 학교장으로 장례식을 치렀을 정도! 10여년이란 세월동안 쿠로를 거쳐간 졸업생만 해도 4800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쿠로는 영화 속에서처럼 고등학교 축제 때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10여년의 시간을 학교에서 생활하다가 1972년 11월 30일 악성 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당시 추정 나이는 18세. 속박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았기 때문이었을까? 인간의 나이로 따지자면 약 100세에 가깝게 장수한 셈이다.

당시 학교에서 생활하는 쿠로의 이야기는 각종 매스컴에 소개되었다. 아사히 신문의 지방판을 시작으로 지방 방송국에서도 소개되었으며, 마침내 전국 지상파 방송에서까지 쿠로를 다루었다. 지금도 쿠로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 자료가 일부 남아 있다고 한다. 또한 쿠로는 청소년 잡지에도 잇달아 등장했으며, 아예 쿠로 이야기를 만화로 만들어 연재하기도 했다. NHK 방송은 <교우 쿠로>라는 제목의 30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쿠로를 향해 감동의 편지와 응원의 메시지가 쇄도하게끔 만들었다. 이런 매스컴으로부터 지불된 쿠로의 출연료는 모두 쿠로의 계좌에 모아져, 그 돈은 쿠로가 나중에 병이 들었을 때 진찰비 등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수많은 학생들에게 따스함을 주고 떠나간 쿠로.

나에게 좋은 추억과 따스함을 주고 떠나간 쇠돌이 생각이 자꾸 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